그냥 그런 날이 있습니다. 특별히 일찍 잔 것도 아닌데 그냥 새벽에 눈이 자동으로 떠지는 그런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백만년만에 친구를 호출하여 평일 런치로 오마카세를 먹어 보았습니다. 그런 건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구도 검색을 해보니 몇군데 뜨더군요. 평상시라면 언제 올 줄 모르는 잡일을 기다리느라 대기 모드지만 혹여 연락이 오더라도 과감히 제끼자라고 마음 먹고 나섰더랬습니다. (하지만 소심한 인간은 마음 속으로 빕니다. 젭라 나 외출하는 날에는 연락 좀 오지 마라. ㅠ)
날씨도 좋았고 초밥도 먹을 만 했으며 에이전시 연락도 오지 않아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셜록 홈즈 문양이 찍힌 큰 유리컵도 하나 질렀습니다. 콜라에 보드카 부어서 마셔보니 사이즈도 마음에 들고 디자인은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훌륭한 지름이었다고 흐뭇해 하는데 저녁에 잡일이 따랑 도착합니다. 일 오는 타이밍 정말 죽이네요. 낮에는 룰루랄라 놀고 저녁에 일 받아 하는 프리랜서라니. 기분 좋게 받아서 저녁에 대충 마무리 짓고 잠이 들었습니다. 물론 담날 오전 마감이니 조금 일찍 알람을 맞춰 두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이 깨서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다섯시; 알람이 울리려면 두시간 남았으니 좀더 자보려고 침대에서 뒹굴어 보는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에라 일어나서 마감이나 하자라고 일어나서 커피도 마시고 아침도 먹고 과일까지 먹고 영화도 느긋하게 보다가 어제 해둔 일을 켭니다. 좀 깨작대다가 습관처럼 실미도를 들어오니 세상에...임윤님이 종이책 선주문을 받으시네요?!!
이런 오라질 설렁탕을 먹으라고 던져 주시는데 안 받아 먹으면 나만 손해지!!! 라고 혼자 절규하면서 인터넷 뱅킹창을 엽니다. 종이 책이라니 더 기쁩니다. 이북이 딱히 나쁜 건 아닌데 아날로그 세대라 오래 간직하고 싶은 책은 종이로 사는 걸 선호하는데 종이 책 + 임윤님 영접하는 초대장까지..(잠시 흥분 가라앉히는 중;;)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봅니다. (아무 말) 이제 입금했으니 임윤님 책 빨리 쓰시라고 합법적으로 털어도 될 권리를 얻은 겁니까. (더더욱 아무 말) 임윤님 어서 책 써서 만우절 전에 내주세욧! ㅠ_ㅠ
타이밍을 잘 재어야 하겠지만 잡일이라면 그냥 거절하고 하루 이틀 투자할 의향이 있어욯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