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오전에 늦잠 그만 쳐 자고 일어나서 일하라고 다정한 이메일 알람으로 저를 깨워주는 현 에이전시. 제가 질색팔색하는 게 당일 마감인데요. 어차피 주어지는 일이 전부 고만고만해서 당일 마감이 될 수 밖에 없는 고로 오늘도 당일 마감으로 들어 왔는데 지난번 오스카 와일드에 치여서 지옥의 문턱을 다녀온 이후론 아무리 자투리 일이라도 얼마 단어 이상은 거절을 해버리쟈 마음을 먹었습니다.
비몽사몽간에 거절을 해버리고 다시 옆으로 드러누워 아니 고객님이 주시는 일을 거절하고 이런 나쁜 이러다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이번엔 평상시보다 규모가 큰 일이 들어왔어요. 납기로 또 PM이랑 약간 신경전을 벌이다가 그래 담날 오후 5시까지 해! 이래서 일어나서 커피 마시고 그사이 또 추가된 자투리 일을 해서 보내고(이것도 거절하려다가 금방 할 수 있다고 얼러서 해보니 진짜 금방 끝나긴 했네요…) 이제 큰 일을 하려고 확인해 보니 마감이 내일이 아니라 내일 모레였네요? 너무 좋아서 (앗싸 시간 넉넉하다! ;ㅅ;) 혹시나 싶어 PM에게 다시 마감 확인하니 금요일까지 주면 된대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첫째 숫자 (저는 수포자…수학 몇 점만 더 받았어도 전공이 바뀌었을 건데…) 둘째가 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자입니다. 이 세가지는 그냥 보는 순간 머리에서 인식하기를 거부해서 멀쩡히 읽어 놓고 엄한 실수를 한다던가 아니면 처음에 이해한 게 맞는데 앞에 실수한 걸로 좀 병적으로 세번 네번 확인을 합니다.
주로 하는 실수가 AM PM 시간 착각하기. 그리고 시간 착각을 해서 기차 표를 산다던가 비행기 표를 살 때 큰 피해를 입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학 졸업하고 서울 직장 면접 보러 가는데 머물 곳이 없어 친구 집에 자기로 했는데 기차 표를 하여간 오전이랑 착각해서 오후 7시 표를 끊어서…그것도 심지어 돈 아낀다고 무궁화호를 끊어서..…넘의 집에 자러 가는 주제에 밤 열두 시에 그 집에 도착해서 식구들 모두 안자고 저를 기다리게 만드는 민폐를 저질렀습니다. 그때 성질 안내고 날 받아준 친구야..잘 지내고 있니? 너처럼 착한 친구도 또 없었을 것이여..;ㅅ;
그리고 회사에 들어와서는 이 삽질이 좀더 규모가 커집니다. 출장 간다고 비행기 표를 끊었는데 아침 비행기인데 오후 비행기로 착각하고 오전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어라 너 오전 비행기 아냐?’ 이래서 확인해보니 오전 비행기..비행기는 이미 떠났고 여행사에 울면서 빌어서 다행히 티켓 취소하고 새로 끊었습니다. 금전적인 손해는 없었으나 문제는 도착 시간…새벽에 홍콩 공항에 떨어져서 택시 타고 국경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데 말은 안 통하고 세상은 온통 제가 혐오하는 한자 간판에 둘러싸여 있고…하지만 사람 죽으란 법은 없는지 여기 저기 친절한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본사에 도착해 아무 쓰잘데기없는 안전 교육 받고 무사히 한국으로 도착했습니다. 호텔도 참 좋았는데 원래대로 도착했으면 관광도 좀 하고 느긋하게 호텔에서 잠 자다가 다음날 찾아가면 되었을 것을 본인 삽질 덕에 택시비만 실컷 날리고 하여간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합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저지른 삽질은 작년 태국 놀러갔을 무렵, 또 떠나는 날 시간이 새벽인데 오후로 착각하여 (..하 이쯤 되면 아이큐가 의심되는 수준) 당일 비행기 표 야무지게 날려 먹고 호털 컨시어지 붙들고 울면서 새로 편도 비행기를 끊었으니 사장이 기분 좋아서 추가로 현금 지급한 여름 휴가비는 그렇게 바이 바이…누구 욕을 하겠습니까. 그저 본인이 멍청해서 그런 것을..이런 연유로 나중에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어디 해외 나가더라도 옆에 똘똘한 누군가를 데려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하라는 일은 안하고 하루 늘어난 마감에 깨춤을 추다가 잉여글 하나 쎄우고 저는 사라집니다. 자 이제 일하자 일! ;ㅅ;
비행기 하니 저도 멍청비용이 있습니다... 전에 일본 갔다가 2월 귀국표를 3월 날짜(월만 빼고 일이나 시간은 같았어요) 귀국표로 끊었더라고요. 그것도 가족들 전체 여행이었는데 전부 다 그래놓는 바람에......o<-<... 후쿠오카 공항에서 되도 않는 일본어로 생 난리를 피우고 사정해서 겨우 당일 표 다시 끊고 귀국했댔지요. 마감 늘어나신 것+일 들어오신 것 축하드리며 우리 모두 시간과 언젠가는 친해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ㅠㅠ
ㅋㅋㅋㅋ 저정도 그래프면 폭주 수준이네요. 자투리 일이라도 들어왔으면 하는 1인으로서 부럽기만 합니다...으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정님 짤 보고 빵 터졌습니다. 진짜 마감 전 시간엔 초인적인 힘이..그런데 이것도 매일 하니까 수명 깎이는 기분….;ㅅ;
화이티팅!!!!
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듀데이 기울기 실화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혜경님.. 댕댕 놀다가도 각잡고 붙어 앉으면 촤르륵 해내실 수 있읍니다. 트위터에서 주운 짤이 많아요...
저의 멍청비용 써쟀김은 풀어도 풀어도 끝이없지만, 뱅기표 날린 얘기 하시니..
공항에 여권 안가지고 가서 비행기 놓친적있습니다. 그런 정신빠진 인간이 어디있냐고 했는데 나였음.
겨우 다음 저녁뱅기 끊고 자정무렵 도착해 담날 고객미팅에 멀쩡히 나타날 수 있었네요.
집에서 공항까지 다마스 퀵값+ 편도항공권 약 사십얼마.... 하하ㅏㅎ하ㅏ하하
당일 마감 진짜 빡세지요... ㅠㅠ 죽을 거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