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 넘겨 준다던 리뷰 파일 안 온다고 광광 울면서 (하지만 반쯤은 안심한 것도 있었습니다. 안해본 일이라 이상한 폭탄 파일 날아올까 봐 쫄아 있었거든요.) 잉여글 싸 지르다가 저녁 느지막하게 연락이 와서 머리 털 나고 남의 번역 리뷰를 처음 해보았습니다.
파일을 열어 보니 사내 교육 자료는 사내 교육 자료인데 내용이 하필 새로 도입된 컴퓨터 프로그램 교육 내용. -_- 컴맹에게 컴퓨터 교육 자료라니! 의사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이놈의 PM이 또 나를 엿 먹이네! 분개했습니다. 난 컴퓨터 ‘ㅋ’자도 모르는데 컴퓨터 내용이 날아왔어 이를 어째 식구들에게 징징대니 이런 저에게 이미 익숙한 식구들은 별 반응이 없습니다. 징징대는 거 더 듣기 싫었는지 여동생이 일갈합니다.
‘아 업체에서 할 만하니까 맡겼겠지! 징징댈 시간에 벌써 일 시작했겠네! 얼렁 일이나 해!’
쭈그러 들어서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일단은 꾹 참고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로 합니다. 읽다 보니 뭔 소린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번역은 멀쩡해 보입니다. 아니 프로그램 번역 부분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그래서 1~2회는 그냥 번역 기반으로 내용 이해에 주력합니다. 이름 모를 번역가님. 감사합니다. 이 번역을 빻아 놨으면 컴퓨터 고자는 어찌 손을 대야 할지 감도 못 잡았을 건데 틀을 잘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_ㅠ
세 번째 읽기를 시작하니 이제 내용도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럽지 못한 번역, 오타도 슬슬 눈에 띄면서 마음이 놓입니다. 이 분 번역을 잘하셨으나 내용이 많다 보니 사소한 실수도 하셨구나. 하하 이 분도 사람이었어..역시 라고 혼자 ㅎㅎ대면서 조금씩 수정을 시작합니다.
놓친 게 있을까 봐 이를 악물고 읽고 또 읽었더니 마감 시간 1시간 전이 되니 정말 토할 거 같아집니다. 꼴도 보기 싫어져서 서둘러 리턴 패키지 만들고 부랴 부랴 보내 버렸습니다. 젭라 제가 손 대 놓은 번역이 멀쩡하길 빌어 봅니다.
여담이지만 기본 단가 절반 수준의 리뷰 금액이지만 볼륨이 큰 일이라 리뷰 금액이 제가 1월 한달 내내 죽어라 일한 금액의 절반을 차지하더군요. 조금 허탈해 집니다. 돈 벌려면 단가 상승 + 번역 속도 증가가 시급함을 느낍니다. (…..)
다들 감사합니다. ㅠ_ㅠ 컴퓨터도 잘 모르는데 그런 자료 리뷰가 날아와서 사흘 내내 긴장을 해서 잠을 자도 자는 것이 아니며 뭘 먹어도 먹는 거 같지 않았답니다. 내일 아침은 꼭 해장으로 진한 커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