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게시판의 제 글을 읽으신 분은 제가 빻은 번역물 리뷰를 맡아서 암에 걸릴듯하였으나 빠른 도망과 뛰어난 독설(?)로 도망을 이룩해내고 시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까지 받은 것을 아실겁니다.
마음의 안정을 취하며 장래 뛰어난 게임 번역가가 되기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을 장시간 플레이하고 클래시오브클랜을 다시 깔았으나 고장난아이폰에서 플레이하던 계정을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과하게 좌절하고 있을 무렵 해당 PM에게서 메일이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Hi 창호, 너의 조언에 따라 번역을 새로운 사람한테 다시 맡겼는데 몸이 안 좋다네. 혹시 토스하면 받을 생각 있어?'
'응 rate과 데드라인만 맞춰준다면' 하고 보내니 다시 메일이 날아옵니다.
'Hi 창호, 몸이 아프다던 사람이 계속 끝내서 오늘 XX시까지 업로드할 수 있을 것 같데. 괜찮다면 리뷰좀 맡아주겠어? 업로드하고 바로 인계받으면 딱 8시간밖에 없는데...급행료를 지불해야한다면 기꺼이 그럴게'
처음 3장 정도 분량이 샘플이라고 왔는데 와우 매우 훌륭합니다. 이게 웬 꽁돈입니까 신이시여 하고 '급행료 필요없고 단어당 0.02 가즈아!'를 외쳐버립니다. 여기부터 사실 화근의 시작인 것을..
시간이 지나 업로드물을 받고 리뷰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와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와 그리고 번역하신 분 왜 그러셨는지 뒤로 갈 수록 용어도 일치 안하시고 직역 투성이에 '아 몸이 편찮으신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안쓰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정말 고열이 펄펄 끓으셨던거구나 그렇지 않으셨다면 영어 원문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이 티날 만큼 번역을 이렇게까지 빻을리가 없잖아 딱한 사람! 또 왜그리 쉼표는 자글자글하게 많은지 지우느라 시간날리고...동시통역에 일가견이 있으신지 몰라도 도착어 배열을 영어식으로 해놓으시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고치느라 리뷰를 거의 1시간에 거의 1장씩 해내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속도라면 편의점 알바 수준인데 라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성세대들이 항상 주문하는 '열정'이 있지 않습니까?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하지 않습니까? 지금 저는 이제 999번만 더 흔들리면 되는 것입니다. 열정을 불태워 결국 예상 시간보다 4시간이나 더 투자해서 데드라인에 딱 맞춰서 업로드를 끝냈습니다. 교훈을 얻었습니다. 누군가가 굳이 날 찾아서 '이것좀 해주겠어?'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신중히 rate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아이러니하게도...비슷한 경우를 다시 겪고 있습니다. 독일회사에서 군관련 한영 번역을 맡겼는데 군에 있을 때는 glossary라도 있었지 지금은 그것도 없고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않는 용어들...(군 관련 용어집은 모조리다 대외비...어느 간부가 집가서 공부하려고 정비매뉴얼 집에 가져가려다가 걸려서 감방간 사례도 있습죠). 게다가 pdf....제가 다시 포맷팅을 해야하는... 그리고 조립의 구성방식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다 비슷하기에 기억나는 용어들이 많았지만 특정 장비에 대한 용어는 그 분야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이상 알 턱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첫 거래 트고 싶은 마음에 요율을 싸게 불렀더니....저는 지금 편의점 알바 시급 수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억나는 용어는 그대로 쓰고 군용어는 보통 직역한 치환어가 많기에 명사의 경우는 1:1 번역을 하고 PM에게 보고를 올렸습니다.
'저기요...여기 업데이트 확인해보시고 저를 구해 아니 지시사항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주세요..웹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정보가 대부분이라 대부분 명사는 의미가 전달되도록 word-to-word 번역을 했으니...혹시 glossary가 있다면 좀..공....유..가....능...할..까..요...?'
'Dear Changho, apparently, you are doing a very good job. Keep it up and I will check the attached file later today. Thank you.'
음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고 있습니다. 기적적으로 영어로 정착된 도착어가 없는 장비이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3년은 넘나 길죠... 통역병/장교 출신들 증말 훌륭하신 분들이 많던데 저도 분발해야겠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