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즈 공고 보신 분은 아마 마케팅 어쩌구 하는 아웃바운드 콜센터 모집을 보셨을 것입니다. 홀랑 넘어가서 일일 콜센터 돌린 후기를 드립니다...
한 줄 요약: 번역 프루프리딩 이외의 것은 하지 말자.
번잡한 스토리: 똑같이 빻더라도 번역을 빻는 것이 낫습니다.
당연히 콜센터 업종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잠깐 해도 힘이 든다는 소리입니다. 노파심에 덧붙입니다.
이력서 보내기 전에 실미도에 왔어야 하는 것을, 이미 때는 늦었죠! 스카이프 인터뷰해가며 우왕 일 물었당 하며 좋아하다가, 음? 생각해보니 이거 번역이고 뭐고 전혀 상관없는 콜센터잖아? 하는 깨달음을 얻은 게 일요일이었습니다. 도망각 세우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죠. 애초에 도망하려면 처음부터 프로젝트 안 해 안 해를 쳤어야 했구요...
뭐가 어떻든 맡았으니 해야지, 블루보드 보니까 그래도 괜찮아 보이네, 하는 마음으로 안내받은 스카이프 계정으로 로그인했습니다. 그런데,
Skype detected unusual sign-in activities...
그렇습니다 회사 스카이프 계정 접속이 안 되는 것입니다....... 회사의 문제는 아니고, 접속 IP가 달라져서 그런가 봐요. 하여 PM에게 여차저차 안 되오니 스카이프 메일이나 설정이나 아무튼 확인해주십사 굽신굽신하였는데 여기서 또,
저녁 6시가 넘어 답이 온 것입니다.
PM이 있는 영국 시차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긴 해요. 그러나 한국 콜센터가 전화 돌리기엔 좀 늦은 시간이죠;; 아무튼 PM 가라사대 문제 확인했고 제 IP를 추가해놨으니 이제 될 거라고 합니다. 음. 다시 스카이프에 로그인해봤지만 여전히 안 되는군요.
그냥 나 한국에 있으니까 내 핸드폰으로 전화 돌리면 안 될까...? 기록 필요하면 최근 전화 기록 스샷 찍어보낼게... 했더니 일단은 그렇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해당 인원 전체에게 저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돌렸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갱님 안녕하세요 고갱님...
평소에 말 안 하고 살다가(키보드만 쳤죠) 갑자기 영업용 목소리로 한 시간 넘게 전화하려니 목이 아프더라고요. 괜히 돈 주고 시키는 게 아니구나를 깨달았죠. 덤으로 이거 무슨 내용이에요?라고 여쭤보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도 몰라요! 저는!! 외주예요!!!를 외칠 수 없어 울었읍니다. 오늘내일 이후로 전화 대상 리스트에 있는 번호는 블락하든지 하려고요. 특히 제 목소리(=어린 티 나는 여성의 서비스 스마일 띄운 목소리) 듣자마자 말 놓으신 모 고갱님은 칼같이 블락할 것이야...
번역 에이전시가 원래 업무라며 나중에 번역일 생기면 주겠다고 했으니 그것만 믿습니다. 콜센터 근무하시는 여러분께 존경의 인사를 전하며... 이번엔 번역을 빻으러 가보겠습니다...
진짜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여럿 구한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