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처리한 잡일 PO만 덜렁 날라오고 아직껏 연락이 없는 거 보니 이번 주말은 날아갔구나 직감하고 저도 주절거림 덧붙입니다. 아니 뭐 PO라도 왔으니 앞에 일 찐빠 내지는 않았구나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저 버리지만 말아 주십시오. ㅜ_ㅜ
저희보다 훨씬 시장 파악도 잘 하시고 눈치도 빠르시고 손도 빠르신 임윤느님도 6개월은 지나야 실질적으로 일을 받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잡되 멀리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글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안정적 수입 보장되는데 드는 기간을 평균 3년으로 잡아요. 3년이면 우리는 이제 몇 걸음 밖에 안 뗐습니다. 3년이라고요. 석 달도 아니고 3주도 아니고 3년. 덧붙여 프리랜서 시작하고 3년차가 되기 전까지는 짜게 식을 일도 엄청 많다고 하더군요.
이 사람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는 특별한 전문 분야가 아니고서야 다 고만고만한데 내가 무에 그리 특별한 인간이라고 3개월 안에 짠 일이 막 쏟아져서 고정 수입이 월 천이 보장되겠스므니까.
그리고 저도 겁이 많아 빻는 거 무지 무지 겁내는 사람인데 빻아 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되고 나중엔 자산이 됩니다. 임윤느님 보십시오. 본인의 빻음에서 우러난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이름도 성별도 모르고 살던, 하지만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여기 모이지 않았나요? (…)
애초 저는 첫해부터 대박 낼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아니 지금 일 쳐내는 속도 보면 그저 번역으로 사람 구실 하려면 올해는 그냥 나 죽었소 하고 주는 잡일이나 받아 감사하게 구르는 수 밖에 없구나 절감합니다. 지금 속도론 일이 많이 와도 못 받아요. ㅋㅋㅋㅋ 제가 못 쳐내서 ㅋㅋㅋㅋㅋㅋ
한 3년 빌빌댈 거라 감안하고 들어왔는데 오히려 지금 일을 받게 되니 우와 나 대박 운이 좋다! 이러고 있습미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니 딱 잘라 이거다 말하기 애매하지만 상황 분석은 냉철하게 하시되 수입이 영 불안정하면 거기 맞는 대응책을 세우면 되는 겁니다. 배성님처럼 학교 홈피에서 논문 일을 수주하시거나 (이 분 능력자신듯; 저는 무식해서 논문은 언감생심;) 현경님처럼 상대적으로 시간 내기 널널한 알바 일을 병행하시거나..요다님 말씀처럼 죽어라 버텨내면 될 거에요. 여긴 연령 제한도 없고 학벌 제한도 없으며, 일이 올라오면 N년차이든 신입이든 공평하게 테스트 샘플을 받는,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공평하고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살벌한 프리랜서 시장임미다. 고용의 안정을 포기하는 대신 내 쪼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지요. (…)
저는 성질이 ㅈㄹ 같아서 줫도 없는 것들이 되도 안한 걸로 갑질 해대는데 뼈 속까지 진절머리 나서 여기로 발을 들였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엄청 무섭습니다. 일 멀쩡히 하고 보낸 날에도 밤에 잠이 안 와서 콜라에 보드카 타서 마셔야 겨우 잠이 올만큼 무서워요. 그래서 회사 일할 때와는 다른 의미로 이 일도 뭣같지만 그래도 이 뭣같음은 바깥 직장처럼 내 목구멍에 그냥 쑤셔 넣어져서 뱉지도 못하고 울면서 삼켜야 하는 줫같음이 아니라 제가 선택한 줫같음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납득은 갑니다.
쓰다 보니 여러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고 제가 저에게 하는 다짐 같기도 합니다. 아무리 재능이니 뭐니 해도 무슨 일이든 10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남보다 어느 분야에 빨리 꽃피우고 튀는게 재능이라고 생각했으나 좀 지나보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티는게 그게 재능인 거 같아요. 회사도 그렇잖아요? 일을 잘하니 어쩌니 난리법석을 떨어도 나가면 그만입니다. 오래 버틴 사람들이 승자가 되더라고요. 번역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모로 가든 둘러서 가든 서울만 가면 됩니다. 저는 꼭 서울 갈거에요. 여러분도 저랑 같이 모히또 가서 몰디브 수십 잔 마시면서 옛날 이야기해 보아요!!!
술 먹은 것도 아닌데 뭔가 욱 올라와서 마음도 다잡을 겸 갈겨 놓은 글에 다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자고 일어나서 다시 보니 또 부끄럽네요. 숙취에 부은 맨 얼굴을 보는 기분(!) 글 남기고 주말은 그래 놀자 놀아 늬히히히 이러다 늦게 일이 날아와서 으앜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리뷰 일 무사히 마치게 빌어 주세요. (컴맹에게 사내 컴퓨터 프로그램 교육 자료라니..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