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도 갑자기 훅 더워졌는데 오늘 운동하러 가보니 다들 날짜 변경인지 결석인지 저만 나왔더군요 허허허헐
(원래 3-5인 정도가 보통인 소규모 그룹 필라테스)
간만에 1:1로 운동 당했더니 머리까지 멍멍해서 운동 글 쪄봅니다.
일단 동네 뒷산 이런건 빼고 돈주고 등록하는 운동 기준 얘기할게요... 점점 2계절화되는 한국 기후와 공기를 생각하면 밖에서 하는 조깅이나 산책은 메인 운동으론 무리라고 생각하거든요.
홈트는 음... 저는 제 의지도 안 믿지만 제 자세는 더욱 못 믿습니다...
운동 등록 전 우선 나의 한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괜히 자신을 후려칠 필요는 없지만, 무리해서(운동 강도 얘기가 아님) 운동 계획을 세우면 실패확률이 당연히 커집니다.
나란 인간은 운동을 가기 싫어한다는 걸 기본 전제로 두고, 최대한 장애요소를 없앱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올빼미형인데, 이참에 건강도 챙기고 생활리듬도 바꿔보겠다고 오전시간 운동 등록... 처음엔 의욕으로 어느정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속은 무리예요.
이 나이 먹었으면 나를 바꾸기 힘들다는 거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저녁 7시/8시대 운동을 갑니다. 오전시간은 일어나기도 그렇지만, 전 운동하면 일단 씻어야 하고 씻으면 하루 일과 마무리한 기분이 되는 저녁샤워파라서 오전/낮 운동하면 되게 애매해요.
프리랜서 번역가의 길을 가시는 분이라면 상당수 집 나가기 귀찮아하는 분일 것입니다. 아니더라도 집을 나가는 건 우리에겐 큰일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선생님이 좋고 시설이 좋아도 멀면 가기 싫어집니다.
날씨가 익스트림할수록 가는 동안 몸이 익어버리거나/꽁꽁 얼 거 생각하면 당연히 나가기 싫습니다. 이동거리를 최소화하세요.
...하지만 아무리 가까워도 시설이 너무 구리다거나 선생님이 너무 안 맞는다면 그것도 가기 싫은 요소가 됩니다. 적당히 절충이 필요합니다.
금액... 전 현재 소규모(max 6명인데 보통 2-4명 정도) 기구 필라테스 월 20만원 나갑니다. 이전에는 운동비용 월 10만 조금 못미치는 정도였으니 지금은 사실 꽤 부담이 커요.
근데 휴회나 보강이 자유로운 편이고, 그외 조건들을 거의 만족하기 때문에 출혈지출을 감수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사실 집앞을 포기하고 좀더 먼 데로 가면 금액 내려가긴 하는데... 그럼 빼먹고 싶은 욕망이 커지겠지요.
가격이 비싸면 아악 이게 한번 빼먹으면 얼만데! 하는 마음으로 나새끼를 후려치며 나가게 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공짜거나 싸면 내 안에서의 가치도 그만큼 덜하게 느껴지는 것도 현실이니까요.
대체로 거의 모든 운동이 장기등록을 하는 쪽이 저렴합니다. 그리고 장기로 등록하는 것 자체가 commitment니 시작이 절반이라고 이미 다른 내가 된 거 같죠...?
그러나 저는 장기등록은 비추합니다. 첫번째는 제가 헬스장 폐업으로 두번을 돈을 떼였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일단 해보고 다녀보기 전에는 이곳/이 선생님/이 운동이 나한테 잘 맞을지 모릅니다.
정 장단기 요금 차이가 난다면 처음에 잘 말해서 한달 해보시고 그담에 장기 연장을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두번 돈 떼이고 학을 떼서 지금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월단위로 끊고 다니는데 3년 되었네요. 묶여있단 느낌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길게 가는 듯도.
-수영
장점: 유산소 운동이고 물에서 하니 관절에도 무리가 없고 등등 단점: 전후 준비가 구찮음...
허리 아픈 분들에게 걷기 다음으로 가장 권장되는 운동입니다. 금액도 부담스럽지 않고, 대체로 접근성도 나쁘지 않죠.
요즘은 가임기 여성은 10%할인도 해줘요(공공시설(?) 수영장 경우)
개인적으로는 운동 전후로 씻고 옷갈아입고 등등 시간이 많이 잡아먹어 귀찮고
(다른 운동은 적어도 들어가기 전에도 씻진 않잖습니까...)
다른 운동에 비해 아무래도 친목친목 분위기가 있는데... 이건 뭐 시간대 따라 많이 좌우될 거 같습니다. 저 다닌 곳은 가끔 명절에 내라면 내고 그외는 적당히 패스하면서 다닐 수 있는 편이긴 했어요.
-벨리댄싱
장점: 옷이 이쁘고 팔락거리고 선생님 시범 보이시는 걸 보면 같은 여자라도 홀릴 듯 예쁩니다.
운동이 '재미'가 없으면 지속하기 힘든 분이라면 괜찮을듯. 살랑살랑한 겉보기에 비해 운동량은 있는 편이지만, 헉헉거리며 뛰거나 하진 않는 것도 좋았고요.
단점: ...저같이 스텝이나 시퀀스 동작을 몸으로 익히지 못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박치에겐 스트레스가 됩니다.
일단 입문단계라도 코인벨트 정도는 필요합니다. 있고 없고 차이가 큽니다.
(챡 하고 동작을 끊었을 때 짤랑 하는 코인들의 울림...)
저는 오래전에 해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국내서는 비싸서 전 이베이에서 직구했어요. 나중에 의상도 이베이로...
복부-허리 근육을 쪼개는 분절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저 하는 꼬락서니가 깝깝하신지 제 손을 끌어다가 본인 허리나 배에 대고 느끼게 해주셨는데, 확실히 단위가 저랑 달라요...(피눈물)
제 근육은 한뭉텅이가 막 5센티 단위로 움직이는 느낌이라면 선생님은 한 5밀리 단위란 느낌이랄까...
...그러나 저의 처리능력으로는 스텝을 밟으며 손 동작을 하고 표정과 등등을 연기하면 과부하가 걸립니다. 댄스 계열은 여기서 종료.
-헬스클럽
장점: 자율성
단점: 자율성
어느 정도 운동법을 알고, '자율적으로' 운동이 되시는 분에겐 좋을 겁니다.
...그게 전 아니고요...
처음 등록하는 곳이면 오리엔테이션으로 한두시간 운동 가르쳐주는 거 있는지, GX(Group Exercise)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운동법을 모르는 분이라면 첨엔 PT 받는게 좋은데, 안되면 OT라도 있어야 뭘 어떻게 하는지 일단 한번이라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외 확인해야 할 것으로는 운동복/수건 비치인지 개인지참인지, 개인라커 사용료 포함 여부 등등.
(아무리 집에서 가까워도 헬스장용 운동화, 개인 샤워용품 등등 매번 들고 다니기 버거워요.)
전 자율 운동이 잘 안되고, 기구 사용도 첨에 들어도 점점 까먹어서 나중에는 GX 위주로 다녔어요.
요가 필라테스 폼롤러 줌바 스텝 스피닝 등등 여러가지 있으니까 해보면서 내 취향에 맞는 운동을 찾아볼 수 있어서 좋지요. 근데 그렇게 GX만 할 바엔 그냥 전문 요가나 필라테스 가는 게 낫겠구나 싶더라고요.
- 요가
운동 이것저것 시도해보던 시절에 필라테스(매트)랑 요가를 같이 했었는데,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고... 제가 내린 결론은 유연성 밥말아먹었고 근육이 필요한 전 필라테스가 낫다였습니다.
-필라테스(기구)
장점: 원래 만든 목적이 재활운동이라 코어근육 위주의 훈련.
단점: 재미없다 지루하다 하시는 분들 있더라고요. 하기야 근육단련 반복동작들이 있어서..
스프링이랑 손잡이 등등 달린 여러 기구를 이용해서 근력운동이나 스트레칭 등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전 근력은 많이 늘었는데, 유연성은 타고 나는 것도 큰 거 같고, 햄스트링(다리 뒤쪽)이 타이트해서 좀처럼 안 늘어요. 근데 이건 골반새퀴가 문제라... 아 근원을 따지고 올라가려면 뭔가 너무 막막해지네요. -_- 그래서 돈 더 벌면 역시 재활체육 전공한 분을 모시고 1:1로 하고 싶어요. 스트레칭은 어느 정도 통증을 감내하며 늘려야 하는데, 작년 겨울에 내전근 한번 파열(그냥 쉬고 낫긴 했어요)되고 난 이후로 아프면 일단 무섭기도 해서. 에휴휴휴.
...아무튼 이제 쪼금 알통도 생겼고, 코어근육이 생기니 손 짚고 하는 동작도 손목 아픈 일이 줄어들었고, 한군데 3년 다녔으니(선생님은 세번째 분이긴 해요) 다른 운동도 알아보면 좋겠다 생각은 하는데 아아 멀리 가기 귀찮... 역시 오래 다녔다 말곤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보니 올해도 그냥 계속 다니게 될 느낌이네요..
미영님 이 글 너무 좋아요ㅎㅎㅎ 여기 누워서 여러번 정독하겠습니다!!! 정말 무엇보다 이 운동, 이 강사가 나와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