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경님 글을 읽는데 그런 대목이 나오더라구요. PM이 '콘코던스 검색은 할 줄 알지? 그러면 돼.' 뭐 이랬데요. 콘코던스 검색? 뮨님의 트라도스 유치원에서 용어는 본 것 같은데, 어따쓰는 물건인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PM이 말했다니, 프로젝트를 하는데 꼭 필요한 기능인가부다...
그래서 문혜경님께 물어봤어요. 해당 검색어가 기존에 어떻게 번역되었는 지 TM에서 찾아주는 기능이라고 하더라구요. 검색할 텍스트를 마우스로 죽 긁고 F3 을 누르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주셨습니다.
그리고 12일 저녁에 저에게 메일이 왔어요. 315EUR짜리 프로젝트래요. (30만원 맞죠? 제가 외국 번역 회사들과 거래한 이래 최고액 프로젝트입니다.) 우왕 왠일? 일단 좋아서 덩실 덩실 깨춤을 추고~ 새로 번역할 단어는 4000단어쯤 되고, 퍼지 매치가 13000단어 쯤요. 자동차 소프트웨어 메뉴얼 번역이구요 패키지를 이메일로 첨부하지 않고 'We Transfer'라는 파일 전송 프로그램 링크로 주더라구요.
인스트럭션과 가이드를 이메일로 보내주어 그거 읽는데도 한참 걸렸어요. 일단 보내주는 건 죄다 열심히 읽었습니다...
패키지를 열었는데 폴더가 3개고 어마어마한 분량의(수백개) 파일들이 각각 들어있었어요. 지금까지 2만원짜리 3만원짜리 프로젝트를 많이해서 트라도스 쓸 일이 별로 없었어요. 한국 번역 업체와 일할 때, 거기가 영세한 곳인 지 트라도스도 안써서 메모장을 띄우고 번역했죠. 그거에 익숙해져서 외국 업체들과 일할 때도 트라도스 안 쓰고 그냥 메모장 띄우고 워드에다 번역 해 주곤 했었어요.
이 파일 저 파일 열어보고, 보기에서 분석 통계도 살펴보고, 패키지 파악하는데만도 한참이 걸렸어요. 폴더 3개에 들어있는 수백개의 파일들은 각기 작업 Progress 상태가 %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100% 로 이미 번역이 끝난 파일도 많았고, 0% ~ 99%로 다양했습니다. 뭐뭐를 어떻게 번역해서 어떤 결과물로 넘겨달라는 건 지 감감하더군요. 몇 시간 동안이나 그렇게 만져봤을까요? ' 모든 파일의 progress상태가 100% 상태가 되도록 만들어서 보내달라는 뜻일까?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세 개의 폴더 중에 하나만 번역하는 게 아닐까? ' 이메일을 보내 확인했습니다. '내가 모든 폴더의 모든 파일을 progress 상태 100%가 되도록 만들어서 보내줘야 되는 거니?' 그렇다고 합니다. 패키지에 그로서리도 적용되어 있더군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이 프로젝트를 파악하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바로 그 '콘코던스 검색' 이란 게 필요한 프로젝트다! 번역이 상당히 진행된 파일이 많았거든요. TM에서 해당 검색어가 뭘로 번역되었는 지 확인이 필요한 프로젝트 였어요. 번역하면서 콘코던스 검색이 진짜 유용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지간한 건 다 이미 TM에 있더군요. 단어도 긁어서 찾아보고 어구도 긁어서 찾아보고 문장도 통째로 긁어서 찾아보고. F3을 무수하게 누르면서 이 프로젝트를 했답니다.
적용된 그로서리가 신통치 않았어요. 오타도 있었고, 이상한 용어도 있었고, 콘코던스 검색으로 기존 번역을 찾아보니 그로서리를 무시한 번역이 많더군요. 그리고 고객으로 부터 strictly follow TM 해달라는 특별 주문도 있었기에, 그로서리를 무시하고 콘코던스 검색을 해보고 TM을 따르기로 결심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스토리가 많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도 스토리가 있고, 또 제가 이 프로젝트를 엄청 빻아가며 했어요. (제가 이 포스트 말고도 여러 개 쓸 거에요. 사연이 많은 프로젝트라 할 이야기가 많네요. )온갖 개고생을 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마쳤는데, 콘코던스 검색을 너무 너무 잘 이용 했어요.
만약 내가 문혜경님의 글을 통해서 콘코던스 검색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프로젝트를 받았더라면 어찌 진행되었을까?
아 진짜 아찔 합니다....
문혜경님 글 이전에는, 저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TM에서 기존의 번역이 어떻게 되었는 지 찾아주는 기능이 트라도스에 존재하는 걸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패키지를 받아들고 이렇게 했겠죠. 어? 모르는 단어네? 네이버 사전을 찾자. 시간도 엄청 많이 걸렸을 거구요. 기존에 어떻게 번역되었는 지도 모른 채, 제멋대로 번역을 했겠죠. 예를 들어서 이 프로젝트에서 Climate이 '에어컨'으로 쓰이거든요. 콘코던스 검색을 해보고 1초만에 Climate이 에어컨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이 기능을 몰랐다면 아마도 '기후' 라고 번역을 했겠죠?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자동차 소프트웨어 메뉴얼이라 비슷 비슷한 표현이 엄청 많이 나와요. 그런 표현들 F3으로 즉각 즉각 검색해보고 빠르게 다 해결할 수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제가 사전에 콘코던스 검색을 몰랐더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어요. 네이버 사진이나 뒤적이며, 허접한 그로서리를 참조해서 모든 용어를 제멋대로 번역하며, '아, 난 역시 이렇게 큰 패키지는 감당할 수 없어. 나는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없는 사람이야.' 이렇게 절망했을 것 같습니다.
문혜경님께 큰절을 드리며, 자유게시판 글에서도 정보를 착즙하며, 트라도스 관련 정보에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했던 성실한 나자신 만세(캬캬캬)!
추가로 문혜경님 글에 리턴패키지에 관한 내용도 있었어요. 문혜경님은 프로젝트 패키지를 자주 받아서 작업하는 데, PM에게 돌려줄 때 주로 리턴 패키지를 만들어서 보내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이 글도 착즙하여 트라도스의 'create return package' 메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그 정보도 써먹었어요. 리턴패키지.
번역 실미도 게시판 만세에요. 우리 스토리 공유 많이하구요. 게시글 착즙해서 정보도 많이 알아내면 좋겠네요. 특히 대원님들이 일하다가 써먹은 유용한 트라도스 기능에 대한 이야기에 저는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급마무리: 앞으로도 우리 번역 실미도 게시판으로 스토리 공유 마니 마니 해요!
하하하하 콘코더스 검색 정말 유용하죠? 특히나 고급 브랜드일수록 이미 쌓인 번역이 많아서 이것만 할 줄 알아도 절반 넘게 먹고 들어간답니다. 단어 하나 긁으면 관련 번역이 다 뜨니 이런 은혜로운 일이 어딨을까요. 트라도스를 비싼 돈 주고 사는 이유가 있어요. 번역 자원 공유가 되니 누가 뛰어 들어도 번역 용어랑 일관성이 유지가 되니까요. 공유한 정보로 보람님도 도움을 받으셨다니 매우 기쁩니다. +_+
저도 어제 일단 당황해서 질문게시판에 세상 바보같은 도움글을 쪘다가 실미도를 뒤져서 리턴패키지 이야기를 찾아서 어케어케 찾아서 따라해보았는데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맞는 일을 한 것 같아서.. 정말 실미도 없었으면 저는 이미 이 동네를 포기하고 낭인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콘코던스...저도 꼭 해봐야겠어요..저도 콘코던스 쓸만큼 긴걸 아직 본적이 없어서요 히히... 근데 제가 등록한 업체중에 신기하게 캣툴 절대 쓰지 말라는 업체도 있더라구요.. 진짜 특이하고 다양한 업계인 것 같아요...
저도 여기서 배우고 갑니다... 전 아직 트라도스 쓰라는 곳에서 일을 받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