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가 제게는 사연이 아쥬 아쥬 아쥬 많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기까지도 스토리가 있어요.
어느날 5유로짜리 일감이 들어왔어요. 저는 누가 잡오퍼를 하면 얘네가 어떻게 나를 알게되었나 반드시 짚어봅니다. 얘네는 내가 웹싸이트 번역가 가입 폼에다 정보를 입력한 애들이었어요. 저는 가입 폼에다 입력한 데서 연락온 경우가 많아서 가입 폼 보면 기를쓰고 입력합니다.
트라도스 패키지를 보내왔는데, 열어보니 달랑 두 문장을 번역하는 일감이네요? 자동차 소프트웨어 메뉴얼인 것 같더라구요.
제 짐작에 기존 번역가가 이 2문장을 번역 못하겠다. 배째라며 도망간 것 같더라구요. 읽어보니 느낌이 와요. 이 2문장이 굉장히 긴 문장인데, 완벽하게 번역하기가 참 난감한 문장이었어요. 단어가 너무 많달까...
이 2문장짜리 일감을 아주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일단 너무 부담없어요. 달랑 2문장 번역해주고 우리돈 5000원을 버는 수지맞는 장사고, 기존 번역가가 어렵다고 도망간 문장이라, 번역 회사도 고객사도 모두 이 2문장이 매우 어렵다는 걸 잘 알아요. 내가 제대로 못해내도 흉될 게 없는 거에요. 원래는 구제불능의 쫄보인 내가 이 일감을 받고 너무나 너무나 안심되고 너무나 너무나 자신만만해졌어요. 멋대로 번역해도 될 것 같았어요. 워낙 어려운 문장이고, 그 사실을 번역회사와 고객사가 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 2문장을 번역하면서 몇개의 단어를 일부러 빼버렸습니다. 부사어 이런 것도 아니고 엄연한 명사를 몇개 뺐는데, 별로 안 중요한 부품 같았거든요. 설명서라는 것이 읽고 이해가 잘되서 기계 조작할 때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멋대로 별로 안 중요해 보이는 몇 단어를 빼버리고, 최대한 명료한 문장으로 번역하려고 했습니다. 단어 빼도 되냐고 PM에게 문의도 안했고, 그저 제멋대로 했어요.
그렇게 아주 수월하게 일을 마치고, 패키지를 전송했죠. PM이 고객사에 내 번역을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아직도 고객사로부터 연락이 없데요. 내 번역이 마음에 안들어서 삐진걸까요?
전 관심없습니다.....꼴랑 2문장이었는 걸요....
그렇게 5000원을 쉽게 벌었어요. 페이팔 인보이스를 보냈는데 지불도 아주 일찍 잘 하는 번역회사더군요. 만족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12일날 프로젝트가 들어온 거에요. 315유로짜리. 패키지를 열어보니, 제가 푼돈을 벌었던 바로 그 텍스트더군요. 자동차 소프트웨어 메뉴얼.
그 고객사에서 나의 2문장이 마음에 들었는 지 저에게 315유로짜리 프로젝트를 던져준 겁니다.
뮨님께는 315유로가 푼돈이겠으나,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합니다....맨날 2만원, 3만원짜리 일을 하다가, 십만 단위의 일을 하니 삶이 윤택해지는 느낌입니다...
먹고 살려면 몇십만원은 되는 일감을 여러개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의 프로젝트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네요....
생각해보면 고액 일감은 널렸습니다. 번역회사들이 2만원짜리 3만원짜리 장사해서 먹고살 수가 있겠습니까? 번역회사들이 멀쩡하게 돌아가는 걸보면 분명 고액 일감은 널렸는데, 문제는 그게 나한테로 안 온다는 점이죠. (뮨님께 갑니다.)
요즘 고민이 그게에요. 어떻게 내가 고액 일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인을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2만원짜리 3만원짜리 일을 열심히 하는 거요....계속 신뢰를 쌓아가는 거죠.
한줄 요약: 짜투리일은 소중합니다.
우리 다같이 고액 일감 받는 번역가가 되어보아요.
축하드려요!
제가 기분이 다 좋네요. :)
화이팅입니다!
와 너무 축하드립니다 ㅇㅁㅇ 자투리 일도 잘 쳐내니까 큰 일도 맡겨주는군요 부럽습니다!
우와 축하드려요!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해서 신뢰가 쌓여서 그렇게 큰 일도 오는 거죠!
글 내용만 봐도 제가 막 신이 나요..! 마음이 전해지는 글이라 저도 기운을 얻었어유..! 어제밤에 제가 한 것이 그런식으로 어어어엄청 짧은데 일종의 테스트 번역이라 결과물이 다음일을 결정할거라고 하더군요..그래서 기를 쓰고 열심히 했는데... 저에게도 보람님의 보람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히히...
보람님 글에서 신남이 느껴집니다. 작던 크던 내가 보낸 일감이 좋은 피드백을 받고, 반복된 일감으로 리턴되어 온다는것은 엄청 보람(잉?보람님성함)되고요.. 저도 그 보람 자주 찾고싶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