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요다 님 글 보다 생각이 나서.
며칠전 프로즈 폴에 도착어를 모국어 아닌 다른 언어로 하기도 하냐는 게 있었습니다.
(정확한 설문은 저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디스커션은 아무튼 저런 쪽 얘기가...)
대체로 도착어는 모국어여야만 한다고, 프로즈에서도 영어 능통한 사람들이겠지만 그래도 모국어 사용자라면 쓰지 않을 표현이 많이 보인다고 한 글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예외로 들었던 게 조셉 콘라드하고 블라디미르 나브코브였... 너무 리그가 다르잖아요!)
보고 수긍했던 게, 전 조카(초1)의 한국어를 들을 때 가끔 그런 걸 느낍니다.
조카는 토종 한국인이지만 아직 어리니까(...라고만은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긴 한데) 괴상한 한국어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몇년 전에 동생에게 양보하란 소릴 듣고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라고 외친 거였고,
그 다음날인가는 올케가 "엄마가 같이 갈까?"라고 물었을 때 "할아버지면 충분해."라고 대꾸하더군요.
...도대체 무슨 애니에서 저렇게 직역체를 쓰는 걸까 하고 업자 고모는 좀 개탄했어요...
엊그제는 저랑 할아버지가 자길 쳐다보는 걸 느끼고는 "근데 왜 다들 나만 또렷하게 봐요?"라고 하기에 반사적으로 머릿속에서 또렷하게->빤히로 교정한 다음, 아 모국어 사용자라면 쓰지 않을 표현이란 게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결론은... 영어 쓰기가 점점 더 무서워져 갑니다. ㅜㅜ
죄송해요 미영님ㅋㅋㅋㅋ 중요한 이야기인데 "할아버지면 충분해."가 너무 머릿속에서 울려욬ㅋㅋㅋㅋ
모국어 사용자가 아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실 모국어 사용자끼리도 언어의 질의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저는 언어 감각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또 옳은 표현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어를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