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게 신문을 읽고 정치에 분노하고 경제 상황에 한숨을 쉬는 성격이 아닌 저는 제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은 사회 일에 매우 무관심한 인종입니다. 사회 일 뿐 아니라 주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그냥 내 일 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머리 속은 늘 어떻게 하면 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내가 잘 먹고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뿐이니 늘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할 뿐 아니라 그 넘쳐나는 에너지를 자기 발전에 쓴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지만..그냥 생각에 그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 일만으로도 벅찬 에너지가 낮은 인간이라서요. -_-
특히 제 일을 할 때는 엄청 집중해서 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 그냥 자동으로 차단되면서 아웃 오브 안중이 됩니다. 이게 학교 다닐 때는 아주 유용한 스탯이었는데 일 뿐 아니라 주변 상황 & 사람들이 해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위 분위기 파악하는 센스가 어쩌면 일 능력보다 더 중요한 회사에 오니까 이런 성향이 제게 너무나 불이익이 되는 겁니다. 저는 야근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 했기에 출근만 하면 제 머리 속은 그날 할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단 생각만으로 꽉 차니 쓸데없이 하하호호 수다 떠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고 늘 로봇처럼 일만 하고 필요한 말 외에는 딱히 잡담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때려치고 나온 곳의 현장에서는 저더러 여자가 좀 사근사근 웃으면서 애교도 떨고 그러지 자기 할말만 하고 쌩하니 사라진다고 찍혀서 뒤로 욕도 엄청 먹은 모양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술집 여자도 아니고 여자라고 늘 웃으면서 애교를 떨어야 한다니 웃기고 있네!!! 그런 건 너네 여친이나 마누라한테나 해달라고 하라고!!! 아님 돈 내고 술집을 가던가!!!! 머리에 두뇌라는 게 장착이 되어 있으면 엄한 사람 ㅄ 만들지 말고 생각을 좀 하고 말을 하라고!! 어깨 위에 없으면 허전할까 봐 균형 잡으라고 달아놓은 기관이 아니거든!
그리고 찍히고 나서 회사 생활은 지옥 같아집니다. 옆자리 맨날 쇼핑해서 회사로 택배 박스가 매일 날아오고 은행 볼일만 보러 가면 실종되어서(하도 자리를 비우니 회사 차 블랙박스 확인해 보니 자기 볼일 보고 드라이브 다녔다는 모 경리님..그 두툼한 배짱 하나만은 부럽습니다.) 네시간은 지나야 들어오는 경리 분은 칼퇴근을 하지 않으니 일 졸라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탈바꿈하고 맨날 죽어라 일하고 정시 딱 퇴근하는 저는 일 안하고 정시에 회사 나가는 몹쓸 년이 되어 있더군요.
얼마전 태움에 무서워서 목숨을 끊은 간호사 기사를 읽고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깟 일이 뭐라고 아무리 일이 중해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딨다고 그런 망할 것들이 하는 잡소리에 소중한 목숨을 끊었나 싶어서 화도 났습니다.
무수히 많은 회사에서 깨지고 때려치고 후유증에 가슴 아파 본 1인으로서 외국은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전에 임윤님도 목놓아 부르짖으시던 빌어먹을 유교 영향인지 사회 전체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도 된다는 유연한 사고 방식을 애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일류대 - 대기업 - 정해진 시기에 결혼 - 가정 꾸리고 사회에 꼬박꼬박 세금 납부할 2세 생산의 정해진 루트만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루트를 하나라도 놓치고 이탈한 사람(=저 같은 인간)은 그냥 무쓸모하고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보는 그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 짓눌려서 저도 이십대는 그냥 중세 암흑 시대같이 암울한 기분으로 낭비하였고 멀쩡히 한 회사에 붙어 일을 못한다는 생각으로 늘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지금은요? 회사 안 다녀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획기적인 사고 전환으로 (임윤느님 만세!)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 성향이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책하고 삽질하고 실수할까 봐 벌벌 떨고 그 와중에 술만 늘어서 술 없이 못 자는 밤이 늘어지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만으로도 숨 쉬는 것이 한결 편해졌거든요.
일하다가 중간에 고양이들 밥 주고 바깥에 밥 주는 길냥이들도 챙기고 배고프면 밥 먹고 간식 먹고 쓸데없는 소모성 잡담에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니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감사한 나날입니다. 이제 저만 잘하면 됩니다. 남 탓 사회 탓 할 필요 없어 멍청한 나님만 탓하면 됩니다. 이른 저녁 먹고 내일 마감 일을 다시 훑어봐야겠네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
댓글 읽어보니 별의 별 미친놈들이 있네요. 이번에 연극계 사건만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그저 감투 비스무레한거라도 쓰고 있으면 섹스 못해서 뒤진 귀신이 붙는 듯
짧은 일을 재빨리 끝내고 이력서에 한 줄 더 넣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안 날아가고 혜경님 앞에 소복이 쌓이길 바랍니다!
저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겁나 진지한 얼굴로 불쌍한 싱글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 주겠다고 일주일 넘게 저러는데 돌아 버리는 줄...아 하나 더 있네요. 기독교 독실한 신자라고 자랑하던 모 차장님...저더러 결혼 안하고 그 상태로 쭉 가면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된다고 점심 시간마다 열변을 토하시던데....내가 정말 너같은 오지라퍼 때문에 비뚤어져서 암이 생길 거 같다!!!! 진짜 아오 쓰다보니 그런 개소릴 듣고 잘도 참았다 싶네요.
재은님 응원 덕분인지 이번 일은 안 날아가고 왔답니다! 우하하하 푼돈이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ㅅ;
@혜경님
와.. 역시 결혼 오지랍 피해가기가 참 어렵군요. 버스 기다리다 만난 아줌마의 아들이라니, 그거 실화인가요!? 와... 심즈도 그렇게는 안 붙이겠네. 정말 저쪽은 흙 묻은 신발 벗지도 않고 밟아대는데 예의 차리자니 참 힘들죠. 역시 군자금이 빵빵해야 해요 ㅠㅠ 사실 본인 삶이 충실치 않으니 남의 삶에 눈돌릴 여력도 있는 거겠죠. 휴... 앞으로는 사랑스러운 식구들과 꽃길 걸으세요ㅠㅠ
@케이트님
이상한 일을 이상하다고 말하면, 말을 꺼낸 사람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세상이죠....... 토닥토닥
업소로 회식 2차 3차 다녀오고 경리부에 영수증 경비 처리 왜 안해주냐고 따지는 것도 보고 나니 그냥 남자란 족속 전체에 회의감이 들어서..저는 안전하게 모니터 너머 그이들만 사랑하기로 했습...하여간 정말 징그러워요. ㅠ
저는 한국회사를 다녀본 적은 없지만 가끔 그쪽에서 오신 분들과 일할 때가 있었는데 참내 KBS촬영팀(...) 그 분들.. 그 짧은 하루 같이 일하는도 여자는 어때야한다느니 입으로 방구를 뀌는데 여자얘기고 뿅뿅얘기고 업소얘기고 다 하더라고요???? 자그마치 스물셋때 이야깁니다. 같은 해 다른 어떤 CEO라는 분과 일했는데 돌부리 걸려 넘어지는 척하며 내 가슴만진 새기도 있었고..... 세상에 미친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놈들이 사회에서 '정상인'이라는게 ㅔ더 역겨울 뿐이고
와 결혼 관련 오지랍은 저도 썰 풀려고 들면 한 트럭이라...-_- 이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샘플실에서 샘플 자르는 알바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자기가 버스 기다리다 만난 낯선 아줌마가 결혼 안한 아들이 있는데 선을 보라는...미친 이건 그야말로 길가다가 아무 남자 하나 덥썩 잡고 '오호 너 성별이 남자고 나 성별이 여자고 둘다 결혼 안했으니 한번 만나볼래?' 인 셈....예의바르게 돌려 거절하느라 힘들었구요. 저쪽은 그냥 나오는대로 씨부리는데 왜 나는 예의를 차려 거절해야 하나 현타가 오더이다...
직장 가는데마다 너 곧 결혼해서 나이가 있으니 애 가지느라 육아 휴직 쓸 건데 (저기요..결혼 하려면 일단 남자를 만나야 하는뎁쇼...?) 널 뭘 믿고 뽑냐고 하도ㅈㄹ해서(아 그럴거면 그냥 면접 부르지를 말던가!!!!! 차비도 안 줄거면서 개새들이 진짜) 마지막 직장 면접에선 '독신'이라고 강조했더니 인간으로 태어나서 결혼은 의무이며 그저 사람이라면 자식새끼 낳아서 다 해주는 것이 보람이거늘 어쩌고 개소리를 20분 넘게 들었습니다. 그러고 떨어졌는데 (....) 저 대신 이십대 후반 여자애 뽑았더니 애가 영어도 못해 선적 일은 1도 몰라 그러면서 너무나 당당하게 내가 뭘 잘못했냐 깽판 치고 나가 주셔서 2차로 다시 불려가서 일을 구했습니다. 쓰다보니 눈물 나네요. 당시엔 돈을 벌어야 번역을 다시 도전해 볼 참이라 더러운 거 참고 들어갔고 그래도 시작 자금은 모았으니..후 -_-
그때 결혼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연설 늘어 놓으시던 보스님하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분이신가보다 그러니까 저러지 이랬는데 알고보니 이분 저 들어오고 무려 세번째 결혼을 강행하시던..친구에게 허탈해 하면서 '아니 지는 결혼 세번이나 처 하면서 나한테 그 ㅈㄹ을 했어!' 이러니까 친구 왈 '그래..결혼이 얼마나 좋았으면 세번이나 했겠어. 그런데 너는 그 좋은 결혼 안하고 있으니 안타까워 그랬을거야' 라고..하하.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 좋은 결혼을 제가 안해서 느무 안타까워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신 듯!
동감하고 갑니다~~~~
고냥이들 밥도 챙겨주시고 복 받으실 거예요~~:)
혜경님의 마음고생이 구구절절 와 닿네요. 저도 야근하는 거 정말 싫어해서 너희가 욕하든 말든 나는 내 일만 한다!가 모토였는데, 근무 중에 하하호호 떡볶이 같이 안 먹는다고 욕 먹고, 그 다음 회사에서는 일이 끝나면 더 많은 일을 줘서 강제 야근을 했어요. 정말 저열량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다들 어떻게 그렇게 열정이 넘치는 거죠... 가끔 부럽습니다 ㅠㅠ
심지어 저희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은 결혼이든 뭐든 항상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는데, 질량보존의 법칙이 작용하다 보니ㅎㅎㅎ 옷깃도 안 닿고 스쳐 지나갈 분들이 요즘 태클을 거세요. 얼마 전에는 가족끼리 외식하는데 처음 간 식당에서 어떤 할머니가 몇 살이냐며 시집은 왜 안 가냐며 자기 단골손님 아들 소개시켜 준다며 응가 같은 오지랖을 선사하고, 시장에 콩나물 사러 갔더니 큰 집 살면서 식구가 너무 적은 거 아니냐며 데릴사위 들이라고...(이 상인의 아들이 집에 배달 온 적이 있었거든요) 와... 말도 안 통하고 넘나 힘들었어요. 알아서 할 테니 관심 끄시라는 제 말은 씨알도 안 먹혀서 참다참다 "어머. 지금 남편분 만나서 가게 하시는 게 엄청 행복하신가 봐요. 다음 생애도 또 지금 배우자분 만나시면 좋으시겠네요. 결혼해 보니까 너무 좋으셔서 생판 남인 저한테도 자꾸 하라고 하시는 거죠? ^^" 라고 못되먹은 저는 천하의 ㅆ가ㅈ 빙ㅆㄴ 노릇을 하였습니다........
전직장 제 양쪽에 앉은 직원이 담배가 떨어지면 일 못하겠다고 조퇴할 정도의 헤비 스모커여서, 온종일 찌든내에 둘러싸여 일하는 게 지옥 같았는데 집에 들어앉으니 공기가 늘 촉촉하고 향긋해서 좋아요 ㅠㅠ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꿈이 퇴사라면서요?ㅎㅎㅎ
천천히 가도 정년퇴직 없고 경력 쌓이면 오히려 좋은 일이니 꽃길 걸으세요 혜경님!
그렇죠. 여기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너 아니어도 할 사람 졸라 많거든? 꼬우면 나가든가를 시전하니 그냥 가슴이 먹먹해져요. 진짜 그냥 순수하게 일이 그렇게 꼬여서 그런 거면 저는 속으로 좀 투덜대고 말지 원한 같은 거 안 품는데 정말 중요하지도 않은 걸로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들기 시작하면 그냥 전투 의욕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방금 라면 먹으려고 그릇 준비하다가 급하게 날아온 일 하느라 면발 불어터진 라면을 마셨지만 그래도 쓸데없는 데 치일 필요가 없는 요즘이 옛날보다 천배 백배 만배 나아요. ㅠ 진짜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번역 실미도에서 느끼고 저도 얼마나 위안을 받는지 몰라요. ㅠㅠ
제목을 보고 그 가슴아픈 뉴스인가 들어왔더니, 맞군요. 여긴...사람을..사람에게... 후... 할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 2박3일 떠들수있고요.. 한국에서의 삶을 관통하는 고통은 원투쓰리가 아니어서.. 여튼 나이 들면서 자기 일 하면서 혼자 사는 거 진짜 최고인거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섬에서도 멋진 사람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 그거 너무 감사해요. 흐흑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회사다닐 적.... 두세시간에 30분씩은 담배태운다고 단체로 사라지던 남자직원들.....그래놓고 여직원은 야근을 싫어한다는 둥 힘든일은 피한다는 둥.... 여직원들은 밥시간 말고는 성실히 일하고 있었거늘.......
제가 엄청엄청 느리게 (영업을 일주일에 한번쯤 돌리나봅니다..)가면서도 이 길을 포기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이유는 제가 '회사'라는 곳에서 쓸모있는 인간 취급 받기엔 딸린 식구가 많아 야근은 절대 할 수 없고.. 제 의지가 아니게 마시는 술은 싫어하고.... 남들에게 잘 맞춰주는 듯 보이지만 집에와서 위를 붙잡고 스트레스에 쓰러지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번역일 잘 못할까봐 위를 부여잡고 있지만 이건 적어도 제가 일해서 내는 '결과물'에 대한 고민이니 아플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30대 중반이 되었고 아직 집은 커녕 전세집도 없는 아웃오브메인스트림의 삶이지만 괜찮아요. 지그재그로 가도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지요 무어! 허허..
혜경님도 저도 화이팅!
만원 이만원짜리 일을 주던 곳에서 3만원(!!)짜리 일을 보내주어서 저도 즐겁게 일하는 하루가 될거에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