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은 아직 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사실 제가 해 놓은 번역도 다시 읽어보기 짜증나는 판에 남의 번역까지 읽고 싶지 않아서 리뷰는 지금 에이전시에 지원할 때도 손을 안 댔습니다.
오늘은 왠지 컨디션도 날씨처럼 우중충하고 이거 저거 볼 일이 있어서 어제 맡은 일만 오전에 넘기고 오늘 날아온 자투리 일은 호기롭게 거절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날씨 화창한 날은 쳐 박혀 일하다가 비도 오고 미세먼지 최고라는 날을 고르고 골라서 생필품 보급을 하러 마트로 갔습죠.
볼일을 보고 돌아오니 다른 PM이 리뷰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을 꺼냅니다. 그러면서 너 번역은 맡겨보니 멀쩡한데 리뷰는 왜 테스트 때 안 했어? 라고 묻길래 아하핳 얼버무립니다. (왜긴 왜야....샘플 품목도 파악이 안되는 깜깜한 상태인데 남의 번역에 고나리질 기운이 없어서 그랬지….)
이달 말에 하여간 리뷰 승인 떨어지면 넘길 테니 해보라는군요. 혹여 번역을 새로 하는 부분이 있으면 기존 번역료도 챙겨 주겠다고..하지만 이제 저는 압니다. PO승인이 떨어져서 와야 오는 일인 것을…지지난 주 일거리는 금욜 승인이 안 떨어져서 저보다 빠른 속도로 적절한 퀄리티를 내는 얼굴 모를 누군가에게 넘어갔으며 지난 주말도 원래대로라면 두 건이어야 할 일이 한 건만 승인이 되어서 하나만 했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이 밤 열두시만 되면 나타나는 수상한 차를 타고 과거의 파리로 돌아가서 자신의 우상인 헤밍웨이를 만나 급 흥분하여 자신의 소설을 좀 읽어봐 주지 않겠냐고 하니 헤밍웨이가 하던 대사가 왠지 떠오릅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 안나고 아마 대충 이런 뉘앙스였던 것 같은데. “아니 넘기지 마. 못 쓴 글이면 내 시간 낭비가 되니 빡치고 잘 쓴 글이면 배 아파서 빡치니 차라리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지”
리뷰해 보신 분들 많은가요? 저 위에 말대로 잘된 번역이면 배 아파서 빡칠 거 같고 못된 번역이면 ㅅㅂ 이 따위로 하고 돈 받는 새끼는 뭐야?! 이럴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주희님... 감사합니다 ㅋㅋㅋㅋ(무슨말인지 아시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