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호린님 블로그에서 프리랜서와 요리하기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혼자 일하다보니 부득이하게 요리를 하게 되고 보통은 라면 끓이기부터 시작하며 어쩌고 저쩌고...저도 비슷한 루트를 밟는 것 같습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눈 감은 채로 커피 물부터 올립니다. 밥이고 나발이고 차리기 귀찮으므로 토스트를 주로 애용합니다. 토스터기 넣고 잼 대충 발라 우겨 넣으면 되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먹으면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배가 고파집니다. 일어나는 시간이 9~10시니까 꾸물떡대다 보면 12시가 되죠.
초반에는 역시 간단하게 끓이는 라면을 선호했습니다. 라면 끓여 후딱 먹고 당일 마감 쳐내고 일 보내고 나서 저녁에는 밥을 챙겨 먹거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좀 지나니 슬슬 질리는 겁니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검색해 봅니다. 주로 애용하는 것은 백주부님 레시피입니다. 저 같은 요리 고자가 만들어도 80% 정도 맛이 보장되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만든 요리..라고 해본들 간단한 건데 구정에 만든 소불고기 볶음이 있습니다. 이건 진짜 요리라고 말하기도 웃긴게 양념 다 된 고기를 사서 버섯과 섞어 끓이기만 했으니 라면 끓이기랑 동일한 난이도입니다. 맛도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요리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인 재료 양 조절을 못하여 버섯을 어마무시하게 넣어서 (...) 여동생은 먹어보고 나서 소고기 향이 나는 버섯 볶음이라고 평하더군요.
두번째로 도전한 건 크림 리조또. 소화 기능이 좋지 않으니 뭉근하게 오래 끓여서 먹기 편한 죽이나 스프류를 아주 좋아합니다. 역시 망하지 않으려고 크림소스를 사와서 거기다 우유도 붓고 버터도 넣고 치즈도 넣고..하여간 온갖 것을 다 넣었는데 넣었는데..뭔가 2프로 맛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간과한 게 쌀로 만든 것은 한번에 해서 다 먹어 치워야지 애매하게 남겨 놓으니 쌀알이 수분을 다 흡수해서 어마하게 양이 불더군요. 윽 지금 생각해도 그 개밥 같은 비주얼...만든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으면서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 잠은 안 오고 드러누워서 온갖 잡생각이 꼬리를 물어 이젠 아침에 먹는 빵도 지겨우니 주먹밥을 대량 만들어 놓고 그걸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면 어쩔까 싶어서 (마침 다이소에 사둔 삼각김밥 틀도 있습니다. +_+) 오니기리 레시피로 이거저거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콩나물 대패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 (....) 역시 백주부님 레시피로 필요한 재료를 파악하였습니다. 고추장에 버무린 삼겹살이라니 이것도 발로 만들어도 어느정도 맛이 보장될 거 같습니다.
트라도스 파일 저장 오류도 해결했겠다 기분 좋게 나가서 삼겹살 요리를 만들고 남은 건 오니기리 속재료로 활용하여 다음 한 주를 버텨봐야겠습니다. +_+
이렇게 혜경님의 요리 라이프가 시작되는군요! 일 많이많이 하시고 소고기 많이 드세여 *_* 호주산 와규 드세요!